2021년 5월 11일.
81조의 자금이 몰리는 엄청난 관심 속에 상장을 하고 많은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따상'에 실패하며 투자자들을 울리고 있는 기업 SKIET.
하지만 사실 따상의 꿈을 꾸며 공모주에 투자했던 많은 사람들 중 이 기업의 사업분야와 미래가치에 대해 공부했던 사람을 얼마나 됐을까.
실제로 이 기업은 그런 엄청난 기대를 받을 만한 사업 역량을 갖추고 있는 걸까.
그런 궁금증으로 SKIET라는 기업은 어떤 사업을 하는 기업이며 미래의 가치는 어느 정도 되는지 이번 포스팅을 통해 정리를 해봤다.
SKIET의 사업분야
SKIET는 SK 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 자회사다.
2019년 설립되었으며 홈페이지 기업 소개에 보면 핵심 사업으로 두 가지 분야의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 LiBS/CCS
- FCW(투명PI/하드코팅)
이 중 현재 SKIET의 주요 사업은 분리막(Lithium-ion Battery Separator, LiBS)을 만드는 것으로 이번 공모에서는 거의 이 사업 하나만을 가지고 기업의 가치가 평가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 SKIET의 주 사업인 분리막 기술, 즉 LiBS란 무엇일까?
1. LiBS
여기서 이야기하는 분리막이란 핸드폰, 노트북,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2차 전지의 일종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구성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좀 복잡할 수 있으니 SKIET 투자 설명서에 나온 리튬이온 배터리의 구조도를 보면서 이야기를 해보자.
휴대폰,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충전형 배터리는 간단하게 그림으로 그려보면 위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데, 그림에서 보면 양극(+)과 음극(-) 사이에 위치해 둘 사이를 분리하는 것이 바로 '분리막(separator)'이다.
이 분리막은 얇고 불투명한 비닐이나 필름 같은 것으로 음극과 양극을 완전히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가 유연하게 오고 가도록 만들어 충전과 방전이 원활하게 되도록 하는 작용을 한다.
그냥 여기까지만 봐도 2차 전지에서 분리막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왜 중요한지를 한 번 더 짚어보면, 작년에 터진 현대자동차 코나 전기차(EV) 화재를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겠다.
그 당시 조사 결과 코나 전기차 배터리 셀의 분리막 손상이 유력한 화재 원인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이다.
즉, 리튬이온 배터리의 분리막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배터리 셀 안에서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을 하게 되면서 전류가 흐르지 않거나 또는 두 극이 반응되어 화재가 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휴대폰이나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분리막은 화재를 예방하고 기기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핵심 소재란 이야기가 되겠다.
따라서 배터리 원가에서도 분리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20%가 된다.
그럼 이제 SKIET의 사업개요에서 LiBS 뒤에 붙어있는 CSS란 무엇인지까지 설명을 하고 나서 그 뒤에 SKIET의 미래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2. CSS
위의 설명을 잘 따라왔다면 이제 알 수 있는 것은 분리막 기술의 핵심은 얼마나 분리막을 얇으면서 튼튼하게 만드느냐 하는 것인데.
SKIET는 이렇게 분리막을 얇고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코팅 공정에서 세라믹 코팅 분리막(Ceramic Coated Separator, CSS) 기술을 이용하여 4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고품질 분리막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 여기까지 정리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SKIET에 왜 그렇게 많은 자금이 몰렸는지 그리고 따상에 실패한 이후 앞으로의 사업가치는 어떨지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자.
SKIET의 미래가치
일단 많은 사람들이 공모주 청약에서 SKIET에 기대를 걸었던 것은 바로 이 회사가 고품질 분리막 시장(Tier 1 그룹)에서 약 26.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로는 LG화학, 삼성 SDI 등이 있다.)
특히 2차 전지에 쓰이는 분리막은 그동안 소수의 일본 기업들이 독점을 하고 있던 분야이기도 한데 SKIET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생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면 고품질 분리막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현재 공장의 증설 계획에서도 보면 2024년쯤 최고 생산량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분리막 사업의 리스크도 존재한다.
그 리스크란 바로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는 것인데 전고체 배터리란 양극과 음극 사이에 전해질이 고체로 된 2차 전지로 발화 가능성이 낮아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이다.
만약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된다면 당연히 리튬이온 배터리에 사용되는 분리막의 수요도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된다고 해도 리튬이온 배터리와의 가격차가 크고 약 2030년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여 전고체 배터리 리스크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회사의 주식을 장기 보유한다면 충분히 생각해 둬야 할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점은 SKIET의 또 한 가지 주력 사업으로 제시되어 있는 FCW(Flexible Cover Window)인데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으로 롤러블 TV나 폴더블 폰에 쓰이는 차세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소재다.
SKIET에서 생산하는 FCW는 폴리이미드에 하드코팅을 해 내구성을 높인 제품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로부터 수주를 받아 최근 공급을 시작한 사업부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를 정리해 보면 SKIET이 영위하는 사업부문은 전기차, 롤러블 TV, 폴더블 폰 등 앞으로의 성장가치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으며 계획대로 성장할 경우 향후 몇 년간은 분명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미 미래가치가 공모가에 반영되었다는 의견도 있고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지만, 만약 주식 포트폴리오에 미래에 가치가 있는 사업 부문을 반영하고 싶다면 고려해 볼만한 투자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