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코리아를 인수한 신세계가 이마트 성수동 본사를 매각해 인수 자금을 조달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스타벅스 코리아의 지분을 추가 인수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올해 들어 어느 그룹보다 빠른 현기증 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신세계의 스타벅스 코리아 지분 인수와 그 영향을 정리해 보자.
스타벅스 코리아 지분 변화
스타벅스 코리아는 1997년 스타벅스 미국 본사인 스타벅스 인터내셔널과 신세계 그룹의 이마트가 50%씩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스타벅스 인터내셔널이 50%, 이마트 50%의 지분을 사이좋게 나눠서 보유 중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신세계 그룹이 스타벅스 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나머지 지분 50%를 모두 인수하게 된 것인데, 단독 인수가 아니라는 점이 더 흥미롭다. 스타벅스 인터내셔널의 나머지 50% 지분 중 17.5%를 이마트가 인수하고 나머지 32.5%를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인수를 하는 조건인데, 신세계 그룹과 GIC가 미래 성장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다.
정리를 하자면, 이제 스타벅스 코리아의 지분은 이마트가 67.5%, GIC가 32.5%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GIC는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게 된 것인데, 혹시 미래의 스타벅스 동남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둔 포석은 아닌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아무튼 스타벅스 코리아와 GIC는 4-5년 내에 스타벅스 코리아를 증시에 상장해 투자금을 회수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마트 매출 변화
이번 지분 인수로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그동안 이마트 회계장부에 '투자자산'으로 분류되었던 스타벅스 코리아가 '자회사'로 정식 편입되게 되는 점이겠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전 세계 5위 매출을 차지하며 2000년 이후로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알짜기업으로 올해 드디어 2조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 스타벅스 코리아의 매출이 고스란히 이마트의 매출로 집계가 되는 것으로 이마트 매출 증대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 동안은 굿즈나 신세계 그룹 내 다른 자회사와의 연계판매를 할 때 미국 본사의 눈치를 조금 봐야 했다면 이제는 전적으로 신세계 그룹의 의사에 따라 모든 결정을 하게 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신세계 그룹이 인수한 야구단 SSG 랜더스와의 시너지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스타벅스 코리아는 대체 왜 이 알짜 기업을 팔았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알고 보니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스타벅스 인터내셔널이 1조 이상의 차익을 남겼고,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이마트는 스타벅스 인터내셔널에 상당한 로열티를 지불하게 된다고 한다. 게다가 스타벅스 코리아는 원두나 각종 제품들을 여전히 본사에서 구매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매각을 하더라도 한국에서 지속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각을 하기로 결정을 한 것 같다. 결론적으로 신세계 그룹이나 스타벅스 본사나 윈윈인 거래라고 할 수 있겠다.
신세계의 포트폴리오
올해 들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행보가 대기업 총수답게 독특하면서도 의사결정이 굉장히 빨라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번 스타벅스 코리아 매각을 기점으로 정리해 보니 그동안 여러 가지 기업들을 빠르게 많이도 모았다.
신세계의 M&A 포트폴리오를 좀 들여다 보면,
- 스타벅스 코리아: 식음료
- SSG 랜더스: 야구단
- 이베이코리아: 온라인 쇼핑몰
- W컨셉: 의류 쇼핑몰
- 스위스퍼펙션: 명품 화장품
일단 온라인 쇼핑몰의 기반을 강화하면서 화장품, 식음료, 야구단 등 놀고, 먹고, 즐기는 모든 것들을 사들일 것 같은 기세다. 이렇게 모은 기업들을 정비하고 서로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계산인 듯하다. 내년부터 이마트와 신세계 그룹의 행보가 흥미롭게 보이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