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아파트 | 경희궁 자이 임장기

근처 맛집에 갔다가 갑자기 생각난 아파트, 경희궁 자이. 분양할 때부터 지금까지 재미있는 일화들도 많고 강북권의 신축 아파트 중에 대장격 아파트라 항상 관심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생각난 김에 경희궁 자이의 분양 때부터 이야기와 임장기를 한 번 정리해 보자.

 

 

 

경희궁 자이 미분양 사태

 

경희궁 자이는 2017년 5호선 서대문역 근처에 GS 건설이 시공해 지은 아파트다. 지금은 정말 잘돼서 30평대 기준 19억까지 실거래가가 형성되고 있지만, 2014년 분양 당시의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주소상으로 보면 종로구에 속해있지만 웬만한 사람은 들어보지 못했을 종로구의 끄트머리 '홍파동'에 위치해 있고 단지의 입구가 서대문구 쪽으로 열려있어 단지를 방문해 봐도 종로구보다는 서대문구의 분위기가 강한 곳이다. 그렇다 보니 분양 당시 바로 옆에 있는 독립문역 근처 아파트들과 분양가가 비교가 됐었고 고분양가 논란에 시달렸다. 

 

그 당시 30평대 기준 분양가가 7억 8000만 원 안팎이었다고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이지만 그때는 주변의 인왕산 아이파크 등에 비해 2억이나 비싸다는 이유로 외면을 당하고 결국 미분양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GS 건설 임원들도 하나씩 분양을 받고 품앗이로 알음알음 분양을 마쳤고 전용 84는 7억까지 대출이 됐었다고 한다. 

 

그런 아파트가 2018년부터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고 10억을 가뿐하게 넘기더니 12억을 넘고 지금은 19억 언저리까지 올랐다. 대체 그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결국 교통도, 학군도 아닌 '사람'에 있었는데 경희궁 자이 주변 종로구, 중구에는 대한민국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로펌들의 사무실이 포진해 있다는 것. 김앤장, 광장, 세종 등 유명 로펌들에서 근무하는 변호사들은 일의 특성상 야근이 잦은데 그동안 종로구에 그들이 살 만한 신축 아파트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경희궁 자이가 들어서자 로펌의 변호사들이 이곳을 매매하기 시작하고 경희궁 자이 바로 앞에 있는 삼성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도 가세하게 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갔던 것. 물론 GS건설은 그 부분까지 생각하고 아파트를 지었겠고 또 초기에 인맥을 이용해 마케팅도 했겠지만,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경희궁 자이의 이런 사례는 왕십리 뉴타운의 사례와도 비슷한데, 역시 미분양이 났던 왕십리 뉴타운도 잦은 야근을 하는 의사들과 2호선 라인을 이용하는 고소득 직장인들이 입주를 하면서 가격을 서서히 밀어 올렸으니 말이다. 그러니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임장을 하고 입지를 분석할 때는 입지나 교통뿐만이 아니라 넓은 시각으로 사람의 이동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경희궁 자이 임장기

 

그렇게 분양을 놓치고, 매매 시기를 놓친 안타까운 사연들이 차고 넘치는 경희궁 자이를 임장해 봤다. 광화문까지 도보로 15분밖에 걸리지 않고 이름에 경희궁이 들어가지만 실제로 아파트 입구는 서대문 쪽으로 나 있어 사실 단지 앞 분위기가 그리 쾌적한 편은 아니다. 바로 건너편 서대문구 쪽은 아직 개발이 진행되지 않아 길 하나 사이로 세상이 달라지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단지 내로 들어서면 바깥세상과 단절된 듯 거대한 조경에 파묻힌 아파트 단지가 나타난다. 이 즈음 지어진 신축 아파트들은 모두 비슷비슷해서 더 이상 설명할 말은 딱히 없지만, 아파트 내부 구조가 D타입까지 꽤 다양한 편이어서 단지마다 호불호가 좀 갈리는 편이다. 

 

그 외에 독특한 점이라면 아파트 단지에 주한 스위스 대사관이 붙어 있다는 것.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참고로 스위스 대사관은 독특한 한국적 구조로 유명한 건축물이다. 아무튼 아파트를 임장 하는 입장에서 든 생각은 보안이 참 좋겠구나. 

 

바깥에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조용하고 고즈넉한 경희궁의 느낌이 났고 좀 더 광화문과 가깝다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 덕분에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선호할 것 같은 느낌이었고. 각 단지마다 3호선 독립문역이 가깝기도 하고, 5호선 서대문역이 가깝기도 하고, 또는 광화문쪽이 가깝기도 하니 직장이나 생활 동선에 따라서 동의 선택이 달라질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종로구에 이런 땅이 남아있었구나 싶고,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종로구에는 더 이상 이렇게 대규모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이 귀하다 보니 앞으로도 종로구 주변의 고소득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아파트로 남아 있을 듯 한 아파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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