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부동산 임장기 / / 2021. 12. 15. 10:27

마포구 용강동과 토정동 일대 아파트 임장기

오늘은 원래 다른 동네로 넘어가려고 하다가 광흥창 지역과 함께 마포에서 내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동네 용강동에 대해 쓰고 다른 동네로 넘어가 보려고 한다. 

 

1. 용강동 이야기

용강동의 아파트를 둘러보기 위해 아파트들이 밀집한 마포 음식문화거리 쪽으로 진입하면 길 한가운데 도포에 갓을 쓴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신축 아파트와 옛사람의 동상이 한 자리에 있는 모습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 듯 생경한 풍경을 연출한다. 

 

도포에 갓을 쓴 사람의 정체는 토정(土亭) 이지함. 우리가 아는 '토정비결'의 저자이자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였던 그분이다. (사실 토정비결은 이지함의 저작이 아니라는 설도 있지만.) 근데 왜 이 분이 여기에? 게다가 옆에는 소금을 나누어 받는 서민들의 동상까지 줄줄이 이어져 있다. 

 

 

 

용강동과 토정동은 그 이름만 봐도 토정 이지함과 인연이 많은 동네인 듯한데, 지금의 용강동 마포 유수지 부근이 토정 선생의 집터라고 한다. 지금은 주차장이 되어버렸지만. 

 

토정 선생은 각종 술법에 능하여 작은 배 귀퉁이에 바가지를 달고 제주도를 세 번이나 다녀와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직접 장사를 하며 백성들에게 이재를 가르치기도 하였고, 홀연히 섬으로 들어가 박을 심고 그 박으로 바가지를 만들어 팔아 수천 석의 양곡을 모았다고 한다. 

 

아... 진정한 자본주의자. 그 양곡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남은 것을 마포나루로 실어와 지금의 토정동 부근에서 사람을 모집해 흙을 쌓고 높이 100척이나 되는 토실(土室)을 만들어 그 이름을 토정(土亭)이라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토실 위에 거주하며 이때 토정비결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이 이야기를 마포구청에서 가져와 스토리텔링을 한다며 2015년 동상을 만든 것이 지금 마포 음식문화거리에 있는 토정 이지함의 동상이다. 아무튼 취지는 좋은데 그 위치가 참 애매하기도 하고 아파트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그렇다. 

 

2. 용강동의 아파트 

 

 

 

용강동의 지도를 보면 참 네모반듯한 택지에 사등분을 해서 아파트 단지가 각각 들어가 있는 깔끔한 구조로 구획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포역에서 좀 더 먼 쪽에 2000년도경에 지은 마포태영아파트와 마포 GS자이 아파트 그리고 마포 용강 래미안이 있고, 역과 좀 더 가까운 쪽에 2015년경 지어진 래미안 마포 리버웰과 e 편한 세상 마포 리버파크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용강동 자체의 분위기가 좋아서 다섯 단지 모두 주거하기에는 아주 괜찮아 보였는데 그중에 래미안 마포 리버웰과 e 편한 세상 마포 리버파크에만 직접 들어가 봤다. 

 

 

1. 래미안 마포 리버웰 

아파트의 배치가 둥글게 되어 있고 그 안에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한옥으로 지어져 있다. 서울에서 다양한 아파트들을 봤지만 아파트 한가운데 꽤 큰 규모로 한옥이 들어가 있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토정 이지함 선생의 영향인 걸까. 입주자들 사이에서도 이 한옥 쪽을 바라보고 있는 동이 아무래도 인기가 많은 듯했고. 

 

아파트 내부를 보면 래미안 브랜드답게 다양하게 지으려는 노력들이 보였는데, 한 가지 단점이라면 음식문화거리와 맞닿은 앞동의 특히 1층은 바로 아래가 상점가이다 보니 문을 열면 음식점의 냄새들이 바로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지대나 구조가 생각보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던 곳이다. 

 

아파트에 직접 들어가 보기 전에는 아무래도 브랜드적인 측면에서 래미안이 더 낫지 않겠나 싶었는데 결론은 e 편한 세상 마포 리버파크가 더 마음에 들었다. 

 

 

 

2. e 편한 세상 마포 리버파크

일단 래미안쪽 단지보다 햇빛이 좋았고 단지 내부가 포근하고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내부 구조가 래미안보다 조금 좁아 보이긴 했지만 전체적인 인테리어톤도 좋았고 구조도 마음에 들었다.

 

고층에 가면 저 너머로 한강을 볼 수 있는데 그 뷰가 꽤 안정적인 느낌이다. 래미안 고층에서도 물론 한강을 볼 수 있겠지만. 5호선 마포역과 가장 근접해 있는 점도 장점이다. 뭐라고 딱 꼬집어 설명할 순 없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e 편한 세상 마포 리버파크가 좋았다는 이야기. 


마포 음식문화거리에 갈비 맛집도 많다는데 용강동에 임장을 갔을 때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맛집 탐방도 못하고 토정 이지함 선생의 집터도 못 둘러봤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포근한 동네의 분위기만은 내 마음속에 남아서 여전히 마포에서 광흥창 다음으로 좋아하는 동네이기도 하다.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